주담대 반년새 '26.5조',금리 인하 무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배경과 영향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12차례 최장기간 동결했다. 이는 고물가 우려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불확실성이 지속됨에 따라 관망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결정은 부동산 경기 회복에도 영향을 미치며, 하반기에도 부동산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7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2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인하 의견은 없었다.

미국 금리 불확실성과 국내 요인의 복합적 영향

금리 동결의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이다. 한은의 금리 인하는 현재 2%포인트에 달하는 한·미 금리 역전 차를 확대시켜 외국인 투자자의 자본 유출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이는 국내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내 요인으로는 불안한 물가가 거론된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왔지만 고환율과 중동 전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았다. 물가 측면에서 보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고환율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가계부채 급증 등이 금리 인하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장이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닌가"라며 "집값 상승 기대를 부채질한 것이 아닌지 보고 있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올라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5월 말부터 7월까지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졌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주택 가격을 직접 조절할 수는 없더라도 한은이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하거나 금리 인하 시점의 잘못된 시그널을 제공해 집값 상승 기대를 높이는 정책 실수를 해선 안된다는 데 금통위원들이 공감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도모하려는 한은의 의지를 나타낸다.

주택담보대출의 급증과 그 원인

한은이 앞서 10일 발표한 '2024년 6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누적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26조5000억원 늘었다. 이는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 증가 폭이다. 이러한 급증은 주택 시장의 불안정성과 금리 동결에 따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486건으로, 2021년 1월(5952건)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1월 2612건 ▲2월 2575건 ▲3월 4254건 ▲4월 4400건 ▲5월 4996건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주택 시장의 활발한 거래가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내며, 아직 신고 기한(30일)이 남은 점을 고려하면 최종 거래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격차

부동산 거래 시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이미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면서 "9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강화돼 거래량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 같은 거래가 지방에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수석위원은 "서울과 서울 외 지역의 편차가 큰 상황"이라며 "서울은 앞으로 상승이 예상되고 장기 변수인 공급 문제가 있어 지방과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반기 부동산 전망에 대해서는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정부의 대출정책 변화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론: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과 전망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은 미국 금리 불확실성과 국내 물가 불안정성 등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결정되었다. 이러한 금리 동결은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특히 수도권과 지방 부동산 시장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급증과 함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크게 증가한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행과 정부는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도모하기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금리 인하 시기의 결정과 대출정책 변화는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정책 변화에 주목하면서 시장의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